'꽃제비 소년들' & '개구리 소년들'
'꽃제비 소년들' & '개구리 소년들'
세상에 제비처럼 아름답고 유익한 새의 이름이 한국에서만큼
먹칠 당하는 나라가 있을까요?
‘꽃제비 탈북자들‘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들이 북한에서 무언가 ‘요상한 짓’을 하고는 탈북한 사람들인 줄 알았어요.
우리나라에서 ‘제비’라는 말은 춤바람난 여자들을 호리는
좀 이상한(?) 남자들을 일컫지 않습니까.
북한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북한의 고아 출신들을 뜻한다네요.
왜 그런 별칭이 붙었을까요? ‘제비’라는 단어가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와전되어’ 쓰인다는 것을 안다면 진짜 제비들이 한국사람들을 향해서
성토대회벌일 것 같아요 ^^.
제비란 우리에게는 귀환과 재회를 뜻하죠. 참 반가운 단어이지요.
저에게는 얼마나 사랑스런 이미지를 담고 있는 말인지요.
조영남의 노래에서는 또 얼마나 정다운 사랑을 뜻하는지요?
문학 속의 제비는 인간에게는 친숙한 동물이죠.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는 왕자를 도와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다가 얼어죽는 이야기가 나오죠.
그때 오스카 와일드의 제비는 얼마나 애틋합니까.
우리 전래동화인《흥부와 놀부전》에서는 부러진 다리를 치료한 흥부에게 보은하는
마음 착한 새이죠. 박에서 쏟아지는 금은보화를 두고 제비는
우리 민족에게는 복과 행운을 가져다 주는 반갑고 친근한 새가 된지 오래죠.
사람들은 춘삼월이 오기전부터 초가지붕 처마밑에 둥지를 틀러 찾아올 제비를 겨우내 기다리기도 하구요. 최근에도 옥천 어떤 집에는 제비가족이 4년을 계속 해마다 찾아온다구요.
지조있죠? 정들겠죠?
이처럼 미조이면서 익조인 제비 소식은 우리를 기쁘게 하는데요.
북한의 ‘꽃제비’ 탈북소년들의 소식은 이름과는 아주 다르게 참 가슴이 아프군요.
이들이 목숨걸고 탈북에 성공하였을 때 얼마나 큰 자유의 꿈을 키웠겠어요?
고아로서의 슬픔을 잊었을 거예요. 배가 고파서 탈북했으니...
얼마나 자유와 밥이 그립고 맛좋았겠어요?
이 고아들은 공부도 잘했대요, 영어도 잘 읽고 수학도 잘 하고...등등,
그런데 이들이 우리 외교관의 불찰과 방기로 강제 북송되었다니...
그 절망이 얼마나 컸을까요...
그들이 당할 고통...그리고 처형될지도 모른다는 것...마음이 아픕니다.
오늘 사진을 보니 그들의 티없는 천진한 얼굴이 우리 나라 아이들과 꼭 같군요.
새삼스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일용할 양식이 고맙고요...
북한의 정치상황과 한국 외교관들의 불찰이 원망스럽고...
‘꽃제비’ 청소년들이 당할 고초가 얼마나 클지...그들의 신변이 걱정되죠.
이들의 강제 북송 소식을 듣고 유엔이 가만 있지 않았어요.
유엔난민기구(UNHCR)의 안토니오 구테레스 최고대표는 30일 라오스 경찰에 적발된 '꽃제비' 출신 탈북자 9명이 북송(北送)된 것에 대해 '중대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하고 이들의 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어요.
원래 난민을 박해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추방 또는 송환은 금지되어 있어요.
유엔 헌장에 나와 있거든요. 구테레스 대표는 이 성명에서 UNHCR이 라오스 정부의 송환 조치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그런데 이 꽃제비들의 북송을 가장 슬퍼한 사람이 있어요. 그들의 탈북을 2년간 도운
수잰 숄티여사인데요. ‘분하다, 망연자실(devastated)할 뿐이다‘고 말했어요.
쇼리여사 (54·여·사진)는 워싱턴에 본부를 둔 북한 인권단체 북한자유연합을 이끄는데
이번 탈북 계획에 처음부터 관여해왔는데, “2년여에 걸친 탈북 계획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줄 몰랐다”며 분을 삭이지 못한다구요.
그들 9명이 북으로 강제 이송되어 어떤 운명을 맞을지 모르니...숄티여사가 마음이 상하죠.
그녀는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좋은 일을 하는 외국인 여성입니다.
저는 ‘꽃제비 탈북 소년들’이라는 말을 이번에 처음 들었어요.
그때 단박에 ‘개구리 소년들’이 떠올랐어요.
여러분도 아시죠?
그래서 그들의 생사가 궁금해서 찾아 보았어요.
2006년 그들의 유골이 발견되었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지요?
그 5명의 소년들의 불운도 참...
‘꽃제비 소년들’과 ‘개구리 소년들’의 ‘너무 큰 불운’을 보면서 전자는
정치적 사건이면서도 사람들의 태만에 의해 운명이 급격히 달라지고...
후자는 개구리 소년들은 그날 누구를 만났길래 5명이 한꺼번에
죽임을 당했는지...안타까운 마음 가눌 수 없는데요.
북으로 강제로 끌려간 ‘꽃제비’ 소년들이 처형당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빨리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어야겠구요.
그러면 자유와 식량이 부족하다 목숨걸고 탈출하는 청소년들은 없겠지요.
이 글을 접으면서 우리는 마음으로
북송된 ‘꽃제비’ 소년들에게 신의 가호를 빌어 봅니다!
개구리 소년들도 천국에서 복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