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린 문학세계

벌꿀 2019· 3월, 오렌지 마흔개, 여우, 런던, 바다,..요리가 쉬워요......

월드인기스타 지성인 세린 2019. 4. 20. 02:22

벌꿀 2019· 3, 오렌지 마흔개, 여우, 런던, 바다,..요리가 쉬워요

 

에즈라 파운드나 TS 엘리엇의 이미지즘은 이렇게 시를 쓰죠,

2014, 그 해, 백옥 365.

 

아무런 근심없이 작은 신경 하나 쓸 데 없이, 대도회의 일출과 일몰 광경의 장엄과 엄숙에 놀라며.., 안락의자의 매끈한 자작나무 속살의 촉각은 그 얼마나 부드러웠던지...열두달이 온전히 그토록 안온할 수가 없었어요, 주근깨 여드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말간 나의 지난날의 백옥 살결처럼....

     2019 3월이 또한 그토록 안온했어요. 나의 삼월이 보였어요.

마치 영롱한 14k 금색 투명한 벌꿀이.

명주실로 뽑아져 나오는 얇은 초컬릿 형태같은 벌꿀,

나의 3월을 보았다구요, 내 좋은 눈으로,...

그리하여 밤이면 나의 온 몸맘의 살갗 모공까지 침투하는 행복감...

 

겨울이 시작되면 클레멘타인을 먹기 시작하죠, 얼쭈 100개 정도 먹다보면 그해 겨울은 콜록 감기 한번 없이 쓱 지나가죠. 그렇기를 벌써 몇 년째인걸요. 2월이 되면 과일이 달라져요, 즙 많은 달콤한 오렌지가 맛있잖아요. 그거 마흔개 정도 먹으니 올 3월이 다 갔어요. 환절기 감기야 물론 안했죠.

늙은 느티나무 아름드리 둥치와 줄기를 자유자재로 수직으로 수평으로 오르락 내리락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폴짝폴짝 분주히 재주부리며 뛰노는 다람쥐들이야 늘 보던 놈들이지만,


크기 여우 한 마리, 메트로폴레 도심의 호헨졸런가를 설렁설렁 지나치는 금요일 오전, 호동그레 커진 내 눈, 나도 모르게 슬며시 창문을 닫으며 그 난데없는 짐승을 주시...아직도 그놈, 유유한 도시의 연누렁이 여우를 잊을 수가 없네요. 두 귀는 쫑긋했고, 꼬리는 털이 부슬부슬 폴폴했고,,,개도 고양이도 아니고...분명 여우가 맞는데,,,그놈이 어떻게 초여름 도심의 오전에 홀로 어디론가로 사라져 가는지...지금 떠올려도 신비해요...

 

그리고 한 달 후 쯤 뜻박에 런던에 당도한 나를 발견했어요. 출입국 영국인 직원들이 독일인들보다 키가 더 크고 더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죠. 런던이 그렇게 가까이 있다는 새삼스런 자각. 어느 흥오르는 주말에는 빨간 버스 웅성대고 귀익은 팝송 시끄러울 그 도시에서 브런치를 먹고 어스럼 저녁무렵 돌아와도 되겠네 머...

벌써나 작년에 일어난 일이지만, 여우와 런던과의 조우, 아련. 여기 적어두네요....

 

요리는 쉬워요.....가지가지 맛지게 요리한다는,

배웠죠 머. 양념통닭도 홈식으로 달콤짭짤 냠냠,,,

    

몇 년전 바다 사진을 올려 본다, 일부러 폼 잡은 것도 아닌데,

민낯, 우연히 포착된 몽상적인 표정... 이 긴 머리칼은 짧아졌고,

곧 더 짧아질 거다. 단발머리로...

저 사진 이후 선글래스를 끼지 않은지 어언 7여 년,

올해 다시 슬슬 선글래스 Lust....

 

지난 45일 일보러 나갔다가 장난해 본 나의 최초 셀카 사진.

미풍에 흔들리는 머리칼, 희미한 윤곽...완전 웃긴 나 자신을 확인하며...

물론 언제나처럼 화장기 없는 민낯이다.

올해는 맨 얼굴 내 사진을 자주 올릴까...

 

근년들어 바다의 갯내음과 갯바람이 조금 그립긴 하다.

뒤라스와 플로베르가 오래 머물렀다는 그 바닷가를 다녀 올 계획이 있긴 하다...

 

2019 3, 정말 잊을 수 없이 달달한 봄밤들이었어요,

갓내린 벌꿀, 영롱한....

또 그런 복된 봄밤이 선물될까요...

적어두지 않을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