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 2019· 3월, 오렌지 마흔개, 여우, 런던, 바다,..요리가 쉬워요......
벌꿀 2019· 3월, 오렌지 마흔개, 여우, 런던, 바다,..요리가 쉬워요
에즈라 파운드나 TS 엘리엇의 이미지즘은 이렇게 시를 쓰죠,
2014, 그 해, 백옥 365개.
아무런 근심없이 작은 신경 하나 쓸 데 없이, 대도회의 일출과 일몰 광경의 장엄과 엄숙에 놀라며.., 안락의자의 매끈한 자작나무 속살의 촉각은 그 얼마나 부드러웠던지...열두달이 온전히 그토록 안온할 수가 없었어요, 주근깨 여드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말간 나의 지난날의 백옥 살결처럼....
올 2019 3월이 또한 그토록 안온했어요. 나의 삼월이 보였어요.
마치 영롱한 14k 금색 투명한 벌꿀이.
명주실로 뽑아져 나오는 얇은 초컬릿 형태같은 벌꿀,
나의 3월을 보았다구요, 내 좋은 눈으로,...
그리하여 밤이면 나의 온 몸맘의 살갗 모공까지 침투하는 행복감...
겨울이 시작되면 클레멘타인을 먹기 시작하죠, 얼쭈 100개 정도 먹다보면 그해 겨울은 콜록 감기 한번 없이 쓱 지나가죠. 그렇기를 벌써 몇 년째인걸요. 2월이 되면 과일이 달라져요, 즙 많은 달콤한 오렌지가 맛있잖아요. 그거 마흔개 정도 먹으니 올 3월이 다 갔어요. 환절기 감기야 물론 안했죠.
늙은 느티나무 아름드리 둥치와 줄기를 자유자재로 수직으로 수평으로 오르락 내리락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폴짝폴짝 분주히 재주부리며 뛰노는 다람쥐들이야 늘 보던 놈들이지만,
中크기 여우 한 마리, 메트로폴레 도심의 호헨졸런가를 설렁설렁 지나치는 금요일 오전, 호동그레 커진 내 눈, 나도 모르게 슬며시 창문을 닫으며 그 난데없는 짐승을 주시...아직도 그놈, 유유한 도시의 연누렁이 여우를 잊을 수가 없네요. 두 귀는 쫑긋했고, 꼬리는 털이 부슬부슬 폴폴했고,,,개도 고양이도 아니고...분명 여우가 맞는데,,,그놈이 어떻게 초여름 도심의 오전에 홀로 어디론가로 사라져 가는지...지금 떠올려도 신비해요...
그리고 한 달 후 쯤 뜻박에 런던에 당도한 나를 발견했어요. 출입국 영국인 직원들이 독일인들보다 키가 더 크고 더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죠. 런던이 그렇게 가까이 있다는 새삼스런 자각. 어느 흥오르는 주말에는 빨간 버스 웅성대고 귀익은 팝송 시끄러울 그 도시에서 브런치를 먹고 어스럼 저녁무렵 돌아와도 되겠네 머...
벌써나 작년에 일어난 일이지만, 여우와 런던과의 조우, 아련. 여기 적어두네요....
요리는 쉬워요.....가지가지 맛지게 요리한다는,
배웠죠 머. 양념통닭도 홈식으로 달콤짭짤 냠냠,,,
몇 년전 바다 사진을 올려 본다, 일부러 폼 잡은 것도 아닌데,
민낯, 우연히 포착된 몽상적인 표정... 이 긴 머리칼은 짧아졌고,
곧 더 짧아질 거다. 단발머리로...
저 사진 이후 선글래스를 끼지 않은지 어언 7여 년,
올해 다시 슬슬 선글래스 Lust가....
지난 4월 5일 일보러 나갔다가 장난해 본 나의 최초 셀카 사진.
미풍에 흔들리는 머리칼, 희미한 윤곽...완전 웃긴 나 자신을 확인하며...
물론 언제나처럼 화장기 없는 민낯이다.
올해는 맨 얼굴 내 사진을 자주 올릴까...
근년들어 바다의 갯내음과 갯바람이 조금 그립긴 하다.
뒤라스와 플로베르가 오래 머물렀다는 그 바닷가를 다녀 올 계획이 있긴 하다...
2019 3월, 정말 잊을 수 없이 달달한 봄밤들이었어요,
갓내린 벌꿀, 영롱한....
또 그런 복된 봄밤이 선물될까요...
적어두지 않을 수 없죠...